지는 싸움, 그러나 이긴 싸움(막14:21-31)
유월절 성만찬 장면이다. 기도하고 떡과 포도주를 나누신다. 내 살과 내 피를 먹으라, 그러나 오늘 너희가 나를 버릴 것이라 하신다. 그들은 강력히 부인한다. 베드로는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결코 주를 부인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날 밤 그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도망간다. 왜 배반을 예고하셨을까? 그들을 책망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도망갔을까? 비겁하고 못나서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보면 주군을 위해 목숨을 버린 부하들이 많았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음을 택한 사람도 많다. 그들이 유난히 비겁하며 의리 없는 자들이 아닐 것이다. 베드로는 실제로 칼을 휘두르며 싸움을 시작했다. 문제는 예수의 태도였다. 칼을 든 베드로를 만류하셨다. 지는 싸움을, 죽음을 택하신 것이다. 만일 예수가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셨다면 모두 용감하게 싸웠을 것이다. 죽기까지 싸웠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그럴 의지가 없었다. 제자들은 당황했다.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가 비루한 자들에게 무력하게 잡힌다. 믿음과 소망이 무너졌다.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보잘것없는 인생들이었다. 지난 3년간 예수를 따르며 없던 비전이 생기고 화려한 인생의 꿈도 품었다. 나라의 독립이라는 대업, 그리고 부와 권력과 명성의 성공적인 삶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믿었던 예수는 적들 앞에서 무력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셨다. 그들은 어쩔 줄 모른다. 투지를 잃었다. 절망이다. 수치스럽다. 그저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예수는 그들의 배반을 책잡지 않으셨다. 당연히 여기셨다. 그리고 부활 후 그들을 찾으셨다. 그 일로 나무라지 않았다. 처음에 함께 사역하신 갈릴리에서 그들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신다. 이제는 하나님으로서 그들의 믿음을 도우며 사명을 주신다. 그들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세상을 향한 기존의 꿈과 비전을 버린다. 영생과 진리의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 이것이 구원을 이루는 믿음의 과정이며 복음이 아닐까? 누구나 처음에는 자신의 문제 해결과 성공, 번영을 위해서 믿는다. 멋진 성공과 성취도 꿈꾼다. 그러나 복음은 그런 용도가 아니다. 세상과 육신을 향한 욕망을 버리기 위해 예수의 십자가 죽음, 곧 별세의 과정에 연합하며 두 번째 믿음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 모든 집착과 기대가 끊어져야 한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며 세상에 대해서 죽는 것이다. 예수와 함께 별세와 부활과 승천, 보좌 우편의 길을 따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온 마음을 드리는 것이다. 마음과 목숨과 뜻과 힘을 다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때 십자가의 길을 따라 내려오신 성령이 그 마음을 하늘의 사랑과 기쁨으로 채우며, 지상에 남은 그의 몸은 하늘의 뜻을 이룰 것이다. 복음은 이렇게 땅을 떠나 영생의 나라로 이끄는 하나님의 능력이다. 과연 오늘 우리는 세상 탈출과 천국 진입으로 부르시는 그리스도를 믿음과 소망, 사랑으로 따르는가? 예수의 십자가 복음이 세상과 육신의 내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는 있는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복음은 저주받은 땅에서 마음이 탈출하여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오르게 하는 복된 말씀입니다. 죄와 저주에 젖은 채 승리만을 고집하는 부패한 마음을 벗기 원합니다. 오늘도 십자가와 부활, 승천의 주님을 밝히 보며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살과 피를 생각합니다. 그 은혜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오늘 우리의 마음도 출세상하며 하늘에 이르게 하소서. 영생의 세계를 향한 믿음과 소망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존귀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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